금 연 교 육
니코프리 넉달… 금연학생 "내가 자랑스러워"
하나(First)
2008. 2. 11. 14:30
니코프리 넉달… 금연학생 "내가 자랑스러워"
- 금연을 향한 학교와 학생들의 의지는 한겨울 추위도 물리칠 만큼 뜨거웠다.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작년 10월부터 조선일보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김일순), 대웅제약(회장 윤영환)이 함께 실시 중인 '니코프리(Nico-Free) 스쿨 캠페인'이 학기 중은 물론 겨울방학 동안에도 꾸준히 진행됐다. 이 캠페인에 시범학교로 참여했던 영등포구 대영중학교(교장 김윤식), 성동구 성수중학교(교장 정운영), 강동구 신명중학교(교장 김태식)를 대상으로 금연교육을 실시한 결과 3학년 흡연학생 35명 중 28명이 현재 금연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기 중에 담배를 끊었던 학생도 방학 때 '감시'가 소홀해지면 다시 흡연을 하는 것이 통례인데, 캠페인에 참여한 학교 학생들은 전혀 다른 방학을 보낸 것이다.
"니코프리에 참여하기 전 하루 3개비씩 빠짐없이 담배를 피웠다"는 김모(성수중 3년)군은 "지금은 한 개비도 안 피우고 금연에 성공한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루 15개비씩 피웠던 우모(신명중 3학년)군도 캠페인 동참 넉 달 만에 "하루 1개비로 줄였다"고 했다.
이들이 금연하게 된 데에는 작년 11월 대웅제약 직원 6명과 멘토(mentor)-멘티(mentee) 관계를 맺은 게 계기가 됐다. 김군은 "멘토 선생님이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다"며 "누군가 내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참 좋았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홍보팀 최승우 사원은 방학 동안에도 1주일에 2번씩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금연을 독려했다. "외모에 관심 많은 친구여서 담배 피우면 '키가 안 크고 피부도 나빠진다'고 했어요. 나중에는 자기가 먼저 전화를 걸어 담배를 끊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신명중학교는 겨울방학 기간인 지난 1월 17일부터 3일간 하루 2시간씩 담배를 피우지 않는 2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금연 또래지도자 캠프'를 실시했다. 학교 내 건전한 금연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금연 또래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 이 학교 김성희 교사는 "기존의 금연교육처럼 흡연의 폐해에 대해서만 가르친다면 아이들 마음의 문을 절대 열 수 없다"며 "이를 위해 아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를 느낄 수 있게끔 자신감을 심어줘 금연 또래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10년 후 자신이 원하는 위치를 설정하는 집단상담을 받았다. 10년 후 원하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 10가지와 버려야 할 일 10가지를 골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담배란 무엇이고, 담배가 우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캠프에 참여한 후 학생들은 너도나도 금연하겠다며 'CO(일산화탄소) 제로 선언'을 했다. 2학년 김한울양은 "담배연기 속에는 바닥청소제인 암모니아와 좀약에 쓰는 나프탈렌, 독극물인 청산가리 등 40가지 암을 일으키는 물질과 4000가지 화학성분이 들어있대요"라며 이마를 찡그렸다.
"전엔 사람들한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하기 껄끄러웠어요. 구체적으로 뭐가 나쁜지 정확히 몰랐거든요. 하지만 캠프를 통해 담배의 폐해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금연하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김양은 남자친구를 사귈 때도 금연여부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명중 3학년 김모군은 "20년간 담배를 피워온 아빠도 최근 담배를 끊었다"며 "제가 평생 금연할 거라고 결심했더니 아빠가 저와 함께하겠다고 다짐하셨다"고 말했다.
니코프리 캠페인의 가장 큰 성과는 이같이 학생들에게 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니코프리 캠페인에 참여한 327명의 학생들 중 "담배를 피워도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이 275명(84.1%)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같은 대답(211명·64.7%)보다 많았다. 또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 158명(48.3%)은 흡연을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답변한 반면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101명(30.8%)만 이와 같이 답했다.
지역보건소와 연계해 실시한 금연캠페인도 성공적이었다. 신명중학교는 강동구보건소와 함께 작년 11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1시간씩 운동장에서 전교생 1200명 및 교직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금연캠페인을 벌였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최명옥 부장은 "니코프리 캠페인이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며 "이 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금연자 모델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