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First)
2004. 12. 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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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1ㅡ가벼움/陳 弼
여자는 남자보다
총명하고 지혜로울 수도 있고
인내와 끈기가 출중할 수도 있지만
큰 인물 되기 어려운 것은
모든 가벼움에 있다.
아홉 마디를 잘 참고 있다가도
한 마디를 내뱉는 입의 가벼움 때문에
잘 간수한 아홉 마디조차도 가볍게 만들고,
아홉 번 사랑으로 보듬고 다독이다가
요사한 마음 한 번 흔들리어
어렵사리 키운 사랑 가볍게 먹칠을 하기도 하며
아홉 고개의 고통을 일껏 잘 넘기고는
나머지 한 고개에서 주저앉아
아홉 고개에 바친 수고를
가벼이 날리는 경솔함을 범하기도 하고,
앉을 자리, 설 자리
아홉 번 잘 가려 정숙한 자태 갖추다가
가벼운 유혹 한 번 못 넘겨서
천박한 여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남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사람들과 세상은
모함하고 헐뜯으면 헐뜯었지
보태주는 인심은 그리 흔치 않은데
여자들이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가벼움은
아니 뗀 굴뚝의 연기를 스스로 제공하고는
비굴하게 한번임을 강조하며
이해 받고 용서받으려는
마지막 가벼움까지 보일 수도 있는데,
한번 실수도 실수로 남기는 마찬가지며,
세상의 여자들이
말과 행동의 모든 가벼움을 경계한다면
사랑도 굳건히 지킬 수 있고
남자를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아홉 번 잘함에 한 번 칭찬은 아껴도
한 번 실수에 아홉 번 흉은
거침이 없음을 기억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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