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연 교 육

청소년 흡연 왜 나쁜가

하나(First) 2008. 6. 18. 09:37
성장기 폐·심장·혈관 제대로 발육 안돼
● 청소년 흡연 왜 나쁜가
청소년들이 성인보다 중독 쉽고 금연 어려워  
이지혜 기자
 
청소년기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더 쉽게 니코틴 중독에 빠지며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서서히 기도가 막혀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병) 같은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도 훨씬 높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서홍관 박사는 “담배의 발암 물질이 암을 일으키는 데는 대략 20년이 걸리므로 청소년기에 담배를 피우면 한창 일할 40대에 암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2002년 미국 의학계는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폐암 세포의 유전자 이상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초·중학생 때 흡연을 시작한 환자는 70%가 유전자에 이상이 나타났고, 고등학생 때부터 흡연을 시작한 환자는 45%, 대학생 때 시작한 환자는 25%에서 유전자 이상이 나타났다. 담배를 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치명적인 유전자 손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지며, 그만큼 돌연변이 세포가 많이 생겨나 암에 걸릴 위험도 높다.
▲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보기 위해 폐활량 측정 검사를 받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제공

성장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담배를 피우면 폐, 심장, 혈관 등이 충분히 자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는 “폐는 청소년기에도 계속 자라다가 25세쯤에 최대 폐활량을 보인 후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데,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운 아이들은 충분한 폐활량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니코틴 중독에 걸리기 쉬워 담배를 끊기도 어렵다. 미국 소아청소년의학회지 2007년 7월호에 실린 미국 매사추세츠대 디프란자 교수 논문에 따르면, 예민한 청소년들은 처음 담배 한 개비만 피워도 불과 이틀 만에 강한 니코틴 욕구를 느끼며, 한 달에 7개비만 피워도 니코틴 중독증세가 나타났다. 서홍관 박사는 “니코틴 중독에는 신체적 의존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의존성도 있는데 청소년들은 특히 심리적 의존성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서 박사는 “10년 넘게 금연 클리닉을 운영해 왔지만 제일 어려운 것이 청소년 금연”이라며 “친구들과의 유대 관계를 매우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몇 달 동안 끊었다가도 친구만 만나면 또 다시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청소년기에는 담배를 피워도 당장 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금연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10대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금연이 더 어렵다는 사실은 확인된 연구 결과”라며 “금연 교육뿐만 아니라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흡연 예방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