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건강 깨끗한 혈액에 달렸다

2009년, 혈액 품질 업그레이드에 도전

새해 한국인이 바라는 개인적인 소망 1위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이 보는 200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해 가장 바라는 개인적인 소망'을 묻는 질문에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 1위(38.6%)였다.

이는 2위 소득 증가·가정 경제 회복(18.2%)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다이어트나 금연 등 건강 계획을 한 두 가지쯤 세운다. 올해는 '혈액 건강'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 Getty Images 멀티비츠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이며,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암은 금연이나 발암물질 노출 등을 제외하면 조기 검진 외에는 예방법이 딱히 없다. 하지만 사망원인 2~3위인 뇌혈관 질환과 심장질환은 다르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혈관 질환은 혈액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혈관 질환이 발생하기 4~5년 전쯤부터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액의 변화가 먼저 시작된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당이 많아져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고 혈관을 손상시키는 염증물질도 생겨나 위험한 순환(circulation)이 시작된다.

이런 나쁜 물질들이 뇌혈관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뇌졸중, 심장혈관에 가서 사고를 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부른다. 따라서 혈액을 잘 관리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 한국인 사망 원인 2~3위 질환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올해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만병의 원인이라는 스트레스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돼 혈액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가 혈액 성분을 변화시켜 혈전(피떡)을 생성하고 혈관을 손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거나 흡연 양이 늘어 혈액 건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강남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백상홍 교수는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혈액 내 지방이 몇 년간 떠돌면서 축적돼 혈관 벽을 약하게 하거나 혈관을 좁게 만들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더러운 혈액으로 인해 손상된 혈관은 회복이 불가능한 때가 많다. 미리미리 혈액의 질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혈액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를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혈액은 영양소와 노폐물, 산소, 호르몬 등을 온 몸으로 전달한다. 또 수분과 전해질, 산과 염기의 균형을 맞추고 체온을 조절하는 것도 혈액의 역할이다. 따라서 혈액이 더러워지거나 혈액에 문제가 생기면 온 몸 곳곳이 악영향을 받는다.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잇몸병, 만성 위염, 코골이 등 만성염증이 있을 때 심장병이나 뇌졸중과 같은 중증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이론도 바로 혈액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염증성 질환이 생기면 그 부위에 침입한 세균을 죽이기 위해 염증반응 물질들이 생기는데, 혈액이 이 물질들을 전신으로 운반해 심장에서는 심장병, 뇌에는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혈액의 '품질'은 운동, 식습관 개선,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확실히 개선할 수 있다. 또 그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혈액은 손가락이나 팔 혈관 등 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채취할 수 있고, 검사 비용도 저렴하다. 현재 흔히 쓰이는 혈액검사로는 혈액 속 당과 지방의 여부를 확인하는 혈당·고지혈증 검사 등이 있으며, 암이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 암 표지자 검사를 하면 전립선암, 간암, 대장암, 난소암 유무를 알 수 있다. 고혈압, 협심증이 있는 사람들은 혈액 내 트로포닌이라는 단백질 양을 측정하면 갑작스럽게 닥칠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고감도 CRP수치측정(hs CRP)은 혈액 내 미세한 염증물질 변화를 반영하므로 고혈압, 비만,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이 검사를 하면 심장마비나 협심증 위험도를 알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단의학과 송상훈 교수는 "1년에 한 두 번씩 저렴하고 간편한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 변화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혈액 건강계획을 세운다면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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