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초점] '세계가 뛰고 있다'
- 금융·석유·식량위기 타개 노력 한국만 쇠고기에 빠져 전략 無

- ▲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와세다대학 교수·경제학
하지만 한국은 변하지 않았다. 약 10년 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새우던 한국은 통화위기에 대비하지 못했고,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10년이 지났다. 세계경제는 금융(finance), 석유(fuel), 식료(food)라는 3F 위기에 처해 있다. 촛불시위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이 이에 대비할 수 있을까?
'3F위기'는 물가상승, 경상수지 적자 확대를 통해 이미 한국에도 밀려와 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문제 이후 정치불안 속에서, 한국에 명확한 전략은 없어 보인다.
이상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돼, '식량안보'란 발상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칼로리 기준으로 본 식량자급률이 3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대단히 낮다. 호주·캐나다·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도 이탈리아(78%)를 제외하면 거의 100%를 넘고, 일본과 비슷한 것은 44%인 한국뿐이다.
국민의 불안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일본 정부는 자급률 50% 달성을 목표로, 사료용 쌀 수입과 바이오연료 증산, 해외로부터의 식량안정공급확보 등 포괄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서민생활을 위해서는 한국에도 미국산 쇠고기 문제보다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가 급선무일 것이다.
식량문제가 환경대책과 연결되는 것도 최근의 변화다.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는 식량의 무게를 수송거리에 곱한 것으로 수치가 크면 클수록 지구환경에 대한 부감이 커진다고 한다. 일본의 1인당 마일리지는 미국의 7배, 프랑스의 3배로 크게 높지만, 한국이 근소한 차이로 일본 바로 뒤다.
가상수(假想水·virtual water)라는 개념도 유행이다. 식량생산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본이나 한국 같은 나라는 식량이라는 형태로 타국으로부터 귀중한 자원(물)을 대량으로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문제가 등장하면서 자유무역에 따른 대량소비가 일방적으로 예찬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선진공업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이 이산화탄소 삭감에 대해서는 지극히 애매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규제에 소극적인 미국도 연구·기술개발 면에서는 이미 환경·에너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에서는 연료전지자동차의 개발에 치열한 경쟁과 제휴가 일어나고 있다. 도요타와 파나소닉, 닛산과 NEC, 혼다와 산요전기 등 일본기업 간의 제휴뿐 아니라 미쓰비시자동차와 푸조 시트로앵, 스즈키와 GM 등 국제 제휴도 활발하다.
그러면 하이브리드에서 도요타를 추격하려는 현대자동차는 삼성과 제휴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도요타조차도 전기·전자회사와 제휴해야 개발할 수 있는 신기술을 현대차가 독자개발할 수 있다는 것인가?
앞으로는 자동차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공업제품에 대해, 생산에서 유통, 산업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환경보호의 대상이 되고, 수입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환경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그만큼 선진국의 환경 관련 시장은 범위가 넓고 기술 면에서도 커다란 가능성을 품고 있어, 리스크가 높은 만큼 합종연횡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규제는 도전임과 동시에 사업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국이 이산화탄소 삭감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선진국을 뛰어넘어 신흥국을 리드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것이 한국에 좋은 방책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눈앞의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좋든 싫든, 세계는 뛰고 있는데 말이다.
입력 : 2008.07.07 22:14 / 수정 : 2008.07.0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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