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암환자가 있다면, 나는 괜찮은 것인가?
평소에 건강하던 친한 친구나, 이웃집 사람이 갑작스럽게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그 소식에 놀람과 동시에 혹시 나는 괜찮은지 걱정하게 됩니다. 특히, 가족과 가까운 친척 중에 암환자가 발생하면 유전이 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걱정을 하게 됩니다. 현재 암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암이 유전적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연 암은 유전일까? 환경의 영향일까?
20년 전쯤만 해도 대부분의 의학자들은 암의 원인으로 유전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일부 가족에서 나타나는 특정 암에 대해서는 통계적인 오류일 뿐 유전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암에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면서 유전성 종양(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밝혀지게 되었으며, 전체 종양의 약 5~20% 정도는 유전에 의해 나타난다고 밝혀졌고, 나머지 80%의 암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암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전성 암’은 멘델의 우성유전을 하므로 부모 중 1명이 유전성 암에 걸렸다면 자녀가 유전성 암에 걸릴 확률은 약 50%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한 가족에서 여러 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면 유전적 요인이 영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암환자의 18%에서는 환자의 직계가족, 형제 중에 암환자가 있습니다. 특히 특정한 암이 한 가족 내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하는 유전성 암 증후군(hereditary cancer syndrome)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증후군은 일반인에 비해 일찍 암이 발생하고 한 가족 내에 발생한 암의 특징이 서로 비슷하며,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대물림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전성 암의 종류로는 가족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 유전성 유방암, 유전성 난소암, 유전성 전립선암, 다발성 내분비 종양(Ⅰ,Ⅱ), 신경섬유종증이 있습니다.

가족성 용종증(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
12~16세(사춘기) 전후로 대장 전체에 100개 이상의 용종이 나타나며, 조기에 예방적으로 대장 절제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100%암으로 진행됩니다.
가족성 용종증 환자의 약 80%는 용종증의 가족력이 있지만, 나머지 약 20%에서는 유전요인 없이 돌연변이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가족성 용종증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대장 이외에도 여러 장기에 다양한 병변을 발생시킵니다. 주로 발생하는 종양들로는 뼈의 악성종양, 피부의 양성종양, 근육이나 건의 악성종양, 소화기 종양, 갑상선암 등이 있습니다.
가족성 용종증의 치료는 대장암이 발생하기 전에 대장을 절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늦어도 25세 이전에 대장을 절제하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
전체 대장암의 5~20%를 차지하며, 가족구성원 중 대장암 환자가 최소한 3명 이상인 경우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대장암의 치료는 조기일 경우 암이 생긴 곳과 주변까지 절제하지만 hMSH2, hMLH1의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므로 대장 전체를 절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대장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보통의 대장암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유전성 유방암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10%는 부모, 형제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으며, 약 5%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유방암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전성 유방암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은 아버지의 유전인 경우 3대에 걸쳐 3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가 있어야 하며, 어머니의 유전인 경우에는 2대에 걸쳐 3명 이상의 환자가 있고 어머니, 아버지 유전의 모든 경우에서 적어도 2명은 사촌 이내의 친척관계에 있는 경우입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난소암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난소암 검사도 필요합니다. 유전성 유방암의 위험이 많다면 10대 중·후반부터 유방 자가 검진이 필요하며, 정기적인 검진도 필요합니다.

유전성 전립선암
전림선암이 발생한 사람과 가까운 친인척 관계일수록, 전립선암이 발생한 가족이 많을수록 발생할 빈도가 높습니다. 전립선암의 유전적인 영향은 아버지 및 어머니로부터도 유전되고 있으며, 전립선 암이 발생한 가족이 있는 남성 중 일생을 사는 동안 절반 정도에서 전립선 암이 발생되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합니다.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많다면 45세 이상부터는 전립선암 검사가 필요합니다.

다발성 내분비 종양 (Ⅰ, Ⅱ)
다발성 내분비 종양 Ⅰ으로는 뇌하수체 종양, 췌장의 내분비 종양,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으며, 다발성 내분비 종양 Ⅱ는 갑상선 수질암,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부신갈색종이 있습니다. 부모에게 다발성 내분비 종양 Ⅱ의 유전자가 있다면, 자녀의 약 95%에서 자식에게 돌연변이 유전자가 나타나며 자녀가 부모와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은 약 50%정도 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5세 이후에는 예방적으로 갑상선 절제술을 시행하기도합니다.

신경섬유종
피부에 발생된 결절(다발성 피부 결절), 밀크커피 반점의 색소 침착, 안구 종양, 척추 만곡(구부러짐)등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신생아 약 4000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합니다. 신경섬유종 Ⅰ형은 피부에 밀크커피색의 반점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며, 신경섬유종 Ⅱ형은 청각을 담당하는 청신경의 표면에 발생하는 청신경초종이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치료 방법은 증상에 따라 신경 섬유종 및 신경계 종양을 수술로 절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게놈 연구가 한창 진행될 무렵 인간의 유전자만 분석되면 모든 질병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간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비밀지도로 남아 있습니다. 우린 흔히 유전자 검사를 떠올리면 드라마에서 보았던 ‘친자 확인검사’, ‘기형아 검사’ 등이 먼저 생각납니다. 이러한 검사도 넓은 의미에서는 유전자 검사라고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유전자 검사와는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자 확인 검사는 유전자 부분이 아닌 염기 반복부분을 비교해 개인을 식별하는 검사이며, 기형아 검사는 염색체의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검사 입니다. 이러한 검사와 달리 질병을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하여 질병 유무를 가려내는 것 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근위축 증상이 나타나는 루게릭 병(Lou Gehrig Disease)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질병은 발병의 원인이 되는 확실한 원인 유전자가 밝혀져 있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가 아직까지는 아쉽게도 심장병, 당뇨, 뇌졸중과 같은 질병의 발병을 예측하는 수단으로는 미숙한 단계이며 이러한 질병들은 유전적인 문제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유전자만으로 질병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앞에서 살펴본 유전성 암인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유전성 암들은 일반적인 질병과는 달리 뚜렷한 발병 원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이 되는 BRCA1, BRCA2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들은 65세까지 약 80%에서 유방암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유전성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규칙적인 조기 검사와, 예방적인 치료를 통해 암의 발병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 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성 암은 전체 암의 약 5~20%정도 이며 나머지 암들은 유전적 변이와 생활습관이 함께 영향을 미쳐 발병한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로 발병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또한 암의 발병 원인 유전자는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민족이 같다고 하기에도 약간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암 유전 검사에는 이러한 미진한 점들이 있지만, 국내의 암 유전 상담 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의들은 3대를 기준으로 한 가족 중에서 2가지 이상의 일치하는 암이 발생하거나, 부모와 자녀가 같은 암을 앓거나, 젊은 나이에 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유전성 암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유전성 암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류가 암을 정복하기 전까지는 암의 조기 발견이 가장 좋은 치료법일 것입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비싼 비용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암을 비롯한 모든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검사가 있다면 정말 편리하고, 인류를 질병의 불행으로부터 구출해 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러한 것들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이러한 기술들이 개발되어 인류를 질병 특히, 암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 전까지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자신의 건강상태에 여전히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입니다. 암과 질병이 없는 그날까지 오늘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http://www.amdoctor.com/cnn/planNews_viw.asp?page=3&NEWS_KEY=258&Search_St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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